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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로서의 첫 기쁨”

일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카톨리카 성당(비오 5세 성당)에 부임하여 사제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다. 동시에 사람들의 잔혹한 현실을 접하고 많은 영혼들이 방황하는 원인을 알게 되었고, 인간미와 동정심을 기르게 되었다.

1915년 거듭 소집 영장을 받고, 군종 사제를 지원하여 가족과 본당 신자들의 슬픔을 뒤로 하고 가장 전쟁이 심한 곳을 희망하였다. 그는 야전지에서 미사를 드리고 병사들을 위로하며 고해성사를 주고, 임종을 맞이하는 병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등, 자신의 임무를 숭고하게 수행했다. 그 가운데 어떤 병사의 총살형에 동행한 사건은 가볼리 신부 마음 속에 깊이 새겨져 영혼 구원에 대한 열망을 더 한층 깊게 했다.

전쟁이 끝나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주임사제와 신자들의 대환영을 받았지만 조국을 위해 생사의 경지를 체험한 그는, 새로운 하느님의 부르심을 느끼고 있었다. 교회법의 규정에 따라 예수 보혈 수도원에서 했던 10일간의 피정에서 이에 대한 식별을 하게 된다.

나의 양심은 차츰 주님의 포도밭을 가꾸어야 할 일꾼의 직책으로, 책임감 때문에 압박감에 짓 눌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제의 기쁨은 열심한 신자가 성당을 가득 메우고, 영성체의 물결은 끝이 없고, 하느님을 멀리하던 사람들이 회개하며, 주님께 다시 돌아와 죄를 뉘우치며 고해실 앞에 무릎을 꿇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냉담하고 있는 상태이거나, 교회를 멀리한 사람들을 사제는 하느님의 자녀로 잘 이끌어야 할 책임도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구원의 길로 이르게는 못할 망정 (왜냐하면 은총을 거부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기 때문에) 자기 양들에게 목자로서의 권고를 주고, 그들이 아버지의 집을 멀리 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혹은 뉘우치고 다시 주님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하여 해야 할 모든 것을 다하기 전에는 마음 편히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회상록 『다른 사람들은』에서)



사제란 자기 몸을 버리고 남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니 사제의 생명은 그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없다.

(회상록『사람들을 위하여 자기 몸을 버려야 될 사제』에서)



나는 자신의 장래를 확실히 결정하겠다는 확고한 목적으로 10일간의 피정에 들어갔고, 성모님의 보호와 인도하심에 모든 것을 맡겼다. 이곳은 17년 전 내가 신학교에 들어 갈 때 무릎을 꿇었던 장소이기도 하였다. 그 후, 내가 어렵고 위험에 봉착했을 때, 성모님께서는 이 보잘 것 없는 죄인을 당신의 망토 그늘에 포근히 감싸 주고 계신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되었으니 내가 성모님을 깊이 신뢰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피정이 끝나갈 무렵 나는 마음을 다해 이렇게 기도했다.“성모님, 부디 제가 나아갈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 매일 매일 반성하고, 기도하고 몇 번이나 선교사가 될까 하는 꿈을 가지기도 하며 일주일을 보낸 다음 드디어 마음에 한줄기 빛이 비치기 시작하였다. “그렇다, 수도자가 되자. 그래서 선교지로 가자.”

(회상록『최종 결정』에서)